능소화 편지 / 이향아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 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걸
싸웠어도 내가 먼저 말을걸 것을
여름이 익어 갈 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밭의 상추 아욱 녹아내리고
떨어진 꽃 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없이 살고 있을지 몰라
여름 그늘 우울한데
능소화 필때 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
사랑앓이 노래:조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