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91

180도 / 김수현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은 아내와 다투는 일이 많았다 그것이 서로의 기분을 알지 못해서라고 여긴 부부는 재미있는 묘안을 만들었다 그 묘안이란 서로의 기분을 한 눈에 알기 위해 군인이었던 남편은 기분이 안 좋을수록 모자를 뒤로 넘기고 아내는 기분이 안 좋을수록 머리를 높게 묶기로 했다 그렇게 보내던 어느날.. 문을 열고온 남편은 모자를 완전히 뒤로 넘기고 있었고 집에 있던 아내는 머리를 정수리까지 묶고 있었다 한마디로 최악의 상태로 둘이 마주친 것 그렇게 마주친 둘에겐 어떤일이 있었을까? 마주친 둘은 그자리에서 서로를 껴안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공감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도 지금 나처럼 힘들구나" 말하지 않아서 몰랐을 뿐 상대도 많은 상처를 지닌 나와 닮은 연약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상대를 안고 우는 것은 스..

좋은글 2020.11.14

이규열 / 구멍,그늘

그늘에서 살다 보면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덩치보다 작은 구멍을 헤집고 세상에 나온 한참 뒤에야 알았다 그늘에서 살다 보면 구멍에도 빛이 있음을 세상이 온통 구멍인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이 많은 구멍을 다 세우지도 못하는 사랑이 우리 사이의 그늘을 연결시키고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할 때에야 돌아갈 구멍이 하나 비로소 보이고 깨달을 것이다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구멍마다 빛 한 줄기씩 품고 있음을 이규열 시인 그늘뿐인 줄 알았던 곳에도 빛이 들어올 구멍은 존재합니다 구멍을 비집고 나가보면 알게 되겠죠 그늘뿐인 줄 알았던 동굴에 이렇게 많은 구멍이 있었다는 것을 수많은 문의 존재를 어둠만 보느라 몰랐다는 것을 말이죠 화양연화가 생각나네요 차우 (양조위)가 앙코르와..

좋은글 2020.07.22

기다리는 이유

만남을 전제로 했을 때 기다림은 기다림이다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았을 때 기다림은 더 이상 기다림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엔, 오지 못할 사람을 기다리는, 그리하여 밤마다 심장의 피로 불을 켜 어둔 길을 밝혀두는 사람이 있다 사랑으로 인해 가슴 아파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오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왜 바깥에 나가 서 있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왜 안 되는가를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더라도 기다리는 그 순간만으로 그는 아아 살아 있구나 절감한다는 것을 쓰라림일 뿐일지라도 오직 그 순간만이... - 모셔온 글(이정하) - 상도 OST - 상사몽 相思夢 Meet m

좋은글 201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