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늦둥이 유채꽃 몇 송이가 벙긋 유채꽃 따라 나도 벙긋 '축제는 내년에도 하는데 '하고 달랬지만.. 그래도 서운했는데.. 그 마음이 고마워 나도 벙긋 내년엔 씩씩하게 걸어서 제때 꽃구경 가야지.. 그때쯤 내 슬픔도 하하 거릴 거다 그런 나를 안다 그게 희망이다 자작 시 2024.05.28
어쩌지도 달곰한 향기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찔레향 꽃 향기에 취해 누가 말이라도 걸어주면 설렐 거 같다 화장하고 나올 걸 무릎 나온 바지, 입지 말고 나올 걸 마스크라도 쓰고 나올걸.. 어쩌지도 못할 거 면서 어쩌지도 못할 건데 어쩌자고 香氣에 취해서.. 자작 시 2024.05.09
괴물 여전히 품고 사나 보다 무심코 들은 유행가 노래가사 속에 얼굴 하나가 떠 올랐다 글자는 또박또박 쓰고 있는데 글을 쓸수록 흐려진다 그는 불멸인가 누구도 채울 수 없는.. 몇 년째 고여 있는데도 썩지 않는 괴물이 되어 여전히 살아 있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사랑이지 고여서 썩지도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자작 시 2024.04.29
봄밤 살면서 인생의 봄날은 언제였을까 운명이라 믿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땐 겨울도 봄이었는데.. 알고 있다 봄이라 느낄 때 봄은 이미 가고 없다는 것을.. 봄밤이 뾰루지처럼 욱신거린다 자작 시 2024.03.11
코스모스 산책길에서 만삭이 되어 내려앉은 늦가을 코스모스를 만났다 계절 잊고 봄부터 피던 철부지 꽃 흐드러지게 펴 가을을 돋보이게 하던 꽃 핑크뮬리에 밀리고 천일홍에 밀렸어도 가을꽃의 대명사는 너 된서리에 주저앉은 널 핸드폰에 담아 내 주머니 속에 쏘옥 넣었다 sad 자작 시 2023.11.12
軟豆 난 오월의 연두를 사랑한다봄의 끝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완두콩의 색녹색과 노랑의 중간색 軟豆그 연두를 사랑한다 막바지 봄이 하루새 내 키만큼 자란 거 같다겨우 하룻밤인데도아직 보낼 준비도 못했는데 말이다 홀연히 떠나기 싫은 봄도창문을 흔들며 으르렁거리는 오늘막막했던 그날처럼사람도연두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아찔하다..연두 자작 시 2022.05.02
그리움은 향이다 그리움이란 마치 좋아하는 노래를 반복해서 듣듯이 과거를 머릿속으로 반복, 재생하는 것이다 섬처럼 드문드문 떠 있는 추억 그 속에서 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자작 시 2022.01.25
웅덩이에 11월의 적나라함이 있습니다 가을비 물 웅덩이 속에는 11월의 적나라함이 있습니다 가을도 빠져 허우적거리고 첨벙첨벙 나도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낙엽을 서너 개 주워 왔습니다 한낮에는 제법 덥다는 생각에 가을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새초롬한 가을비에 우수수 단풍을 보니 계절을 실감합니다 가을엔 종종 아날로그 감성에 취해 소녀로 돌아갑니다 낙엽을 갈피에 넣다 보니 가을! 참 이쁩니다 사실 數가 적을수록 더 예뻐 보이는 것이 세상의 이치겠지요 자작 시 2021.11.09
어쩌다 본 것처럼 절기상 겨울이지만 아직도 곳곳이 가을로 가득합니다 억새 위 하늘이 환상입니다 살면서 표정 없이 바라보던 모든 것들이 가을이면 하나하나 숨 쉬는 생물이 됩니다 하늘이 구름이 억새가 자꾸 말을 겁니다 어쩌다 본 것처럼.. 나, 美쳤나 봐 자작 시 202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