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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잘 걸어야 한다

동짓날갑자기 겨울이 깊어진 날 세월은 땡땡이를 안 치는 건지 못 치는 건지또 망년회 어쨌든 작별이다몇 번째 작별인지 아득해서손가락도 발가락도 몇 번째 꼼지락꼼지락 시커먼 패딩은 추워도 out곧 얼어 죽어도 코트를 입고화려한 외출을 했다소소한 망년회맛난 점심에 사진이 예쁜 북촌도 걷고 달콤한 대추차로 마음도 녹였다 그녀들의 다짐은 건강하자우리는 잘 걸어야 한다삶의 무게가 버거운비탈길이라도씩씩하게 잘 걷자

사는 이야기 2025.12.23

가을 여행

원대리 자작나무 갑자기 떠난 가을 여행 진정아름다운 가을을 만나고 왔다 절기상 이미 가을은 떠났지만 내 마음속엔 가을만 있으니내일도 또 내일도 가을뿐이다홍천 가리산 입구 민물새우 수제비 맛집에서이른 저녁을 먹었다 등산로에 성당이 있어서참 의아했는데생각해 보니 배려다하루가 번개처럼 지났다 내가 만들어 놓은 길을 꾹꾹 누르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 걸었다 가을이 빛으로 색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왔다행복했다그럼에도, 쓸쓸했다

사는 이야기 2025.11.13

벚꽃엔딩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시국이 시국인지라..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눈만 깜박이다가방콕과 방 굴러를 반복하며겨울을 보냈다드디어숨통 트이는 당연한 뉴스(4월4일 윤석열 탄핵)비상식이 난무하는 요지경 세상 속에서봄은 이곳에 있다그러나분명 어제는 있었는데오늘은 없다눈이 오다가 비가 오다가태풍급 바람에허무하게 떨어지는 꽃잎얼마나 기다리던 봄인데얼마나 기다리던 소식이던가강제 벚꽃엔딩꽃샘추위도꽃샘바람도모든 것이 용서 되는 봄이다

사는 이야기 2025.04.13

잘가 11월

동글동글 온순한 자세로11월의 끝날을 보냈다그 옛날한없이 크던 아버지 앞에서언제나뭉쳐놓은 털실처럼동굴동굴말랑말랑하던쪼꼬미 막내딸의 모습으로..난 11월을 유난히 좋아한다짧아진 햇살빛바랜 풍경에 취해 11월을 만끽했는데이렇게11월의 마지막을 보내다니따뜻한 생각만 해야지온순하게 살아야지찡그리지 말아야지좋은 말만 해야지좋은 사람이 되고좋은 사람만 곁에 둬야지..유난히 생각이 많았던 올가을이이렇게 가고 있다

사는 이야기 2024.11.30

인간적이란 말

가는 가을이 심술이다 엊그제는 더워서 윗옷을 벗고 다녔는데 어제는 첫서리 오늘은 첫얼음 立冬이 입동 하고 있다 같은 날 세상 구경한 손가락도 길고 짧은데 평생을 다른 환경에서 산 사람들이 오죽하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마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얻는 일 일 것이다 돈으로도, 얕은꾀로도 얻을 수 없는 마음 그만큼 인간관계가 어렵다 인생 나이테 때론 촘촘히, 혹은 헐렁하게 각자의 시간으로 쌓인 삶의 궤적 이렇게 저렇게 견딘 우리는 그 자체로도 대견 다 빛나는 인생입니다 난 인간적이란 말을 좋아한다 인간적 교류와 소통 단 인간적이란 말에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서로 지켜야 할 예의가 필요하다

사는 이야기 202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