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 신용묵
잤던 잠을 또 잤다
모래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잠이었다
누구의 이름이든
부르면,
그가 나타날 것 같은 모래밭이었다
잠은 어떻게 그 많은 모래를 다 옮겨왔을까?
멀리서부터 모래를 털며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모래로 부서지는 이름을 보았다
가까워지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의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잤던 잠을 또 잤다
꿨던 꿈을 또 꾸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었다
파도는 언제부터 내 몸의 모래를 다 가져갔을까?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나는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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