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시

모래시계

受延 2019. 10. 9. 21:11



모래시계 / 신용묵


잤던 잠을 또 잤다

모래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잠이었다


누구의 이름이든

부르면,

그가 나타날 것 같은 모래밭이었다

잠은 어떻게 그 많은 모래를 다 옮겨왔을까?


멀리서부터 모래를 털며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모래로 부서지는 이름을 보았다

가까워지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의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잤던 잠을 또 잤다


꿨던 꿈을 또 꾸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었다

파도는 언제부터 내 몸의 모래를 다 가져갔을까?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나는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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