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진 날
풍경은 아직도 가을을 품고 있는듯하다
직화냄비속 고구마 익는 냄새가 달큰하다
아버지 ..
약주 한잔 드신 날이면
어스름한 골목길에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지요
센베이
군고구마
군밤을 담은 누런 봉지를 안고 오시는 날은
더 크게 헛기침을 하셨구요
5학년 겨울
건넛방 아랫 묵에서 몰래 만화책을 보고 있는데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심부름을 보내려 부르는 것이라 생각한 나는
잔꾀를 부려 자는 척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고
군고구마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일어날 수도 잘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눈치챈 엄마는 방문을 열어 놓고 한 말씀 하셨지
밖에 나간 애들 먹을 것만 남겨 놓고 다 먹읍시다
잠자는 녀석은 주는 게 아닙니다
ᆞ
ᆞ
그래서
울었지
아버지
군고구마를 보니 생각이 나네요
그날의 그 냄새가
아버지의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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