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이규열 / 구멍,그늘

受延 2020. 7. 22. 11:06

그늘에서 살다 보면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덩치보다 작은 구멍을 헤집고
세상에 나온 한참 뒤에야 알았다

그늘에서 살다 보면
구멍에도 빛이 있음을
세상이 온통 구멍인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이 많은 구멍을
다 세우지도 못하는 사랑이
우리 사이의 그늘을 연결시키고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할 때에야
돌아갈 구멍이 하나 비로소 보이고 깨달을 것이다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구멍마다 빛 한 줄기씩 품고 있음을

이규열 시인 < 구멍, 그늘>

그늘뿐인 줄 알았던 곳에도
빛이 들어올 구멍은 존재합니다
구멍을 비집고 나가보면 알게 되겠죠
그늘뿐인 줄 알았던 동굴에
이렇게 많은 구멍이 있었다는 것을
수많은 문의 존재를
어둠만 보느라 몰랐다는 것을 말이죠

화양연화가 생각나네요
차우 (양조위)가 앙코르와트 사원의 벽 구멍에
추억을 묻는 모습이..
나이 들어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하나의 구멍을 메우면
또 다른 구멍이 생겨나고
그 구멍을 막기 위해 사는 게 인생이겠죠
과감하게 비우고 멋지게 사는 것
글처럼 쉽지 않쵸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0도 / 김수현  (0) 2020.11.14
기쁨을 조심해라  (0) 2018.05.23
새벽편지  (0) 2017.12.07
만남과 인연  (0) 2017.08.29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0) 2017.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