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180도 / 김수현

受延 2020. 11. 14. 22:36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은

아내와 다투는 일이 많았다

그것이 서로의 기분을 알지 못해서라고 여긴 부부는

재미있는 묘안을 만들었다

그 묘안이란

서로의 기분을 한 눈에 알기 위해

군인이었던 남편은

기분이 안 좋을수록 모자를 뒤로 넘기고

아내는

기분이 안 좋을수록 머리를 높게 묶기로 했다

 

그렇게 보내던 어느날..

문을 열고온 남편은

모자를 완전히 뒤로 넘기고 있었고

집에 있던 아내는

머리를 정수리까지 묶고 있었다

한마디로 최악의 상태로 둘이 마주친 것

그렇게 마주친 둘에겐

어떤일이 있었을까?

 

마주친 둘은

그자리에서

서로를 껴안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공감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도 지금 나처럼 힘들구나"

말하지 않아서 몰랐을 뿐

상대도 많은 상처를 지닌

나와 닮은 연약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상대를 안고 우는 것은

스스로를 안고 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180도 / 김수현

 

<미생>에서 "시련은 Self " 라 말했듯이

우리 누구도 서로의 짐을 대신 들어줄 수 없다

서로 이해하고 이해 받을 수 있을때

용기를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때론 그런 우리가 모여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함께 펑펑 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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