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당부" 김왕노
채송화 피면 채송화만큼 작은 키로 살자
실바람 불면 실바람만큼
서로에게 붙어 가자
새벽이면 서로의 잎새에
안개이슬로 맺히자
물보다 낮게 허리 굽히고
고개 숙이면서 흘러가자
작아지므로 커지는 것을
꿈꾸지 않고
낮아지므로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이따금
삶의 틈바구니에서
떠올리는 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어느 순간
의지와 생각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육신
살걸음으로 걸었던 지난 시간
변화가 많은 삶을 살았다
스스로 선택한 변화는
기쁨이나
그렇지 않은 변화는
슬픔이다
그냥
채송화만큼 낮은 키로 살자
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리던 시구
작은 안부
2024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