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진달래

受延 2019. 3. 26. 16:10

 


요즘 사람들은 진달래를 따서 먹었다 하면

보릿고개의 궁핍으로 생각하겠지요

그 시절에는 이것도 하나의 놀이였는데

 

방과 후 뒷산으로 가면서

혹시 문둥병 아저씨를 만날까 걱정이 돼

남자 애들 몇 명이 무리 속에 있어야 함께 갔지요

한센병 환자가 간을 빼서 먹는다는 말이 있었잖아요

그때는 왜 이 무시무시한 말이 공공연히 떠 돌았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 놀이를 멈출 수가 없었지요

 

꽃도 따 먹고

봉우리가 예쁜 꽃을 꺾어와 빈병에 몇 가지 꽂아 놓고

어깨 으쓱하던 기억도 납니다

엄마가 부지런히 수고 해 주시면

화전을 맛보는 날도 더러 있었지요

익반죽 찹쌀가루를 동굴동굴 빚어

진달래를 얹어 노릇노릇 지져 먹고 싶네요

배가 고픈가

아닌데

봄이 고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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