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진달래를 따서 먹었다 하면
보릿고개의 궁핍으로 생각하겠지요
그 시절에는 이것도 하나의 놀이였는데
방과 후 뒷산으로 가면서
혹시 문둥병 아저씨를 만날까 걱정이 돼
남자 애들 몇 명이 무리 속에 있어야 함께 갔지요
한센병 환자가 간을 빼서 먹는다는 말이 있었잖아요
그때는 왜 이 무시무시한 말이 공공연히 떠 돌았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 놀이를 멈출 수가 없었지요
꽃도 따 먹고
봉우리가 예쁜 꽃을 꺾어와 빈병에 몇 가지 꽂아 놓고
어깨 으쓱하던 기억도 납니다
엄마가 부지런히 수고 해 주시면
화전을 맛보는 날도 더러 있었지요
익반죽 찹쌀가루를 동굴동굴 빚어
진달래를 얹어 노릇노릇 지져 먹고 싶네요
배가 고픈가
아닌데
봄이 고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