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등짝

受延 2020. 5. 13. 19:37


연어가 모천으로 회귀하듯

엄마는 가출하는 치매

흔적도 사라진 친정 영랑호로 돌아가고 싶어 하셨지

무작정 택시를 타고 속초로 가자시며

"따블"로 준다고 요금도 흥정하셨다

기사분의 매서운 눈썰미에 매번 들켜 번번이 실패해도

엄마의 귀엽고 자식을 애타게하는 가출은 한동안 계속됐었다

의지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삶을 사셨던 그 시대의 어머니

오월처럼 이쁘지 않았던 엄마의 삶

 

운동 후 귀가 중에

전화번호를 등짝에 세긴 할머니를 보니 불현듯 엄마가 그립다

울 엄마도

세월을 견뎌낸 굽은 등짝에 오빠 번호를 세기고 다니셨는데..


지난달 입원해서 CT도 찍고 MRI 도 찍었다

머리엔 이상이 없다는데 나는 너무 아팠다

원인 모를 두통이 7 할 이란다

내 두통이 그렇다

며칠 잠잠하다가 계속되는 두통

삶의 질도 바닥이다

나가서 돌아다니면 잠깐은 잊는다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른다

괜찮아 괜찮다 해도 괜찮지 않다

도대체 나는

내가 왜 ..

늦은 밤까지 마음이 뒤척일 거 같다

엄마가 무쟈게 보고 싶은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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