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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겨울과 봄의 경계에는 항상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온통 뿌연 하늘 누굴 탓하랴 봄꽃이 안 보여도 완전 봄 같은 날이다 며칠 만에 11000보를 걸었다 걷고 나니 몸이 상쾌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혼자 걷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설날 부모님이 안 계시니 딱히 갈 곳이 없다 하루는 언니집 하루는 드라이브 바퀴 달린 건 몽땅 길 위로 나온 듯.. 안부와 행복 안녕이 넘쳐나던 설 1월에 했던 다짐을 설에도 또 했다 행복보다도 그저 별일이 없기를.. 정신줄 놓지 말고 꼭 잡고 있기를..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동창의 치매진단이 내게 너무 충격을 줬나 보다

사는 이야기 2024.02.13

좀비가 죽었다

내가 보면 질 수도 있어 어젯밤 전반전 한골 실점을 보고 자자 자자 자고 일어나면 계속 살아났잖아 오죽하면 코리아좀비 축구라고 할까 좀비가 되거라 좀비가.. 기도를 했냐고? 아니 '돈 많은 백수 되게 해 주세요' 내 기도는 오직 하나야ㅎ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러나 끝내 0 - 2 일본이 4 강 못 가서 꼬시다 했더니 맙소사 일본도 꼬시다고 난리 났겠다 내 탓 네 탓 감독 탓 원망만 한가득 근데 감독이 이상하긴 하다 진정 응원했다면 웃어 주는 것이다

사는 이야기 2024.02.07

소통의 부재

더 나이 먹기 전에 머리를 조금 기르려고 4개월을 길렀다 내가 원하는 기장으로 자란 듯해 미용실 예약을 했다 이렇게 저렇게 해주세요 뒷머리부터 컷 시작 싹둑싹둑 귀 옆부분을 자를 때 비로소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된 걸 깨달았다 미안하다 사과를 해도 심통이 난다 짜증이 난다 오늘 난 거울공주 아니 거울할매다 거울을 스무 번쯤 봤나? 10년 넘은 단골미용실인데 원장이 해 주는 대로 10년째 머리통을 맞긴 내 탓인가 나랑 수다 떨다가 늘 하던 대로 가위질 한 그녀 탓일까? 그저께 저 사진을 보니 더 아쉽다 그냥 먹고 자고 자고 먹으면 자라는 머리 걱정 마셔라~ ㅎ 어제는 입춘 지금 내리는 비는 겨울비인가 봄비인가?

사는 이야기 2024.02.05

닭발

오랜만에 재래시장에 갔다 생선도 야채도 금값이다 배고플 시간이 아님에도 닭발이 나를 째려보는 걸 느낀다 이 나이에 입덧은 아닐 테고 심리적 허기짐인가? 갑자기 음식이 당기는 것은 몸이 필요해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데.. 단백질이 부족했나 콜라겐이 필요했을까 암튼 매운맛으로 골랐다 집에 오자마자 김가루 주먹밥에 무뼈 닭발을 살포시 얹어 게눈 감추듯 밥 한 공기를 먹었다 후다닥 설거지를 하고 두서없이 글을 쓰다가 문득 든 생각 일기 쓰라고 닭발이 먹고 싶었을까? 그냥 닭발 먹기 좋은 날입니다

사는 이야기 2024.02.01

배 풍경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나는 배가 있는 풍경이 좋다 그림을 세어 보니 총 여덟 점 한놈만 팬다는 싸움의기술 그래서 잘 그리냐고 No, no 생각만 해도 좋고 붓을 들면 더 좋고 맘에 들면 大환장이다 잘 그린 것은 아니지만 액자에 넣고 사진도 찍었다 노을이 운치를 더하는 듯 더 늙어서 혼자서도 외롭지 않으려 시작한 수채화 차고 넘치는 열정 그렇지 못한 현실 쉬엄쉬엄 꾸준히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내 그림 2024.01.20

빨강

갯골 산책 중 든 생각 난 점점 서해바다가 좋아진다 젊어서는 그냥 시리도록 퍼런 동해바다가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서해바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오묘한 갯벌 오밀조밀 한 바위 그리고 일몰 어느 하나 허투루 대할 수 없다 동절기 6시쯤을 살고 있는 나이라 그런가? 봄에 선물 받은 옷을 빨간색이라 망설이다 처음 입었는데 집에 오는 길에 사진을 보니 인물이 훤해 보인다 아 이래서 나이를 먹으면 원색을 즐겨 입는구나? 갑자기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늘 프로필에 빨간색 등산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 동창의 정신세계가 이해가 되는 거 같았다 ㅋ

사는 이야기 2024.01.07

작은 안부

"작은 당부" 김왕노 채송화 피면 채송화만큼 작은 키로 살자 실바람 불면 실바람만큼 서로에게 붙어 가자 새벽이면 서로의 잎새에 안개이슬로 맺히자 물보다 낮게 허리 굽히고 고개 숙이면서 흘러가자 작아지므로 커지는 것을 꿈꾸지 않고 낮아지므로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이따금 삶의 틈바구니에서 떠올리는 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어느 순간 의지와 생각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육신 살걸음으로 걸었던 지난 시간 변화가 많은 삶을 살았다 스스로 선택한 변화는 기쁨이나 그렇지 않은 변화는 슬픔이다 그냥 채송화만큼 낮은 키로 살자 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리던 시구 작은 안부 2024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는 이야기 2024.01.02

함박꽃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ㅋㅋ 함께한 친구들과 두물머리 송년 모임 장어 맛집에서 식사 후 두물머리 산책 오랜만에 의기투합, 12월을 느끼게 하는 크리스마스트리도 파란 하늘도 너무 예뻤습니다 주름 속에는 인생의 꽃잎이 숨어있습니다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그녀 '남는 건 사진뿐이다' 라고 아무리 말해도 꿈쩍도 안 하던 그녀가 오늘은.. 함박꽃이 됐습니다

사는 이야기 202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