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엔 면역이 없나 봐 새벽에 절로 눈이 떠진다 알람보다 먼저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그 새벽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걱정뿐이다 걱정엔 면역이 없나 보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장도리로 머리를 세게 맞은듯한 충격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되지 않고 있다 무제 2022.09.09
셀프 위안 핵의학과 검사실 전신 조직의 포도당 주사 방사선 의약품 정맥 주사 후 60분 대기 PET-- CT 양전자방출 단층촬영 낯선 단어를 보고 또 보았다 저절로 암기가 됐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단어 癌 암이라는 글자가 가슴에 문신처럼 새겨졌다 내 사랑의 피눈물이 모여 더 진하게.. 조직 검사할 때도 CT 촬영할 때도 긴가민가 했었는데.. 건강검진 덕분에 '일찍 발견했다'는말 셀프 위안 중이다 무제 2022.09.04
농담같은 이야기 어느덧 구월 시계는 7월에 멈춰있다 6월 29일 건강검진 7월 6일 암 의심이라는 농담 같은 이야기 얼떨결에 받은 "상급병원 소견서" 실감할 수 없는 현실 7월 13일 암 일 확률 80% 또 조직검사 암일 확률 90% 세 번째 조직검사도 역시 8월 24일 암 판정 9월 20일 암 수술 예정 난 여전히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우스갯소리 일 거야 쉰소리 일 거야 부정에 또 부정을 해봐도 癌 癌 癌 . 무제 2022.09.02
이삿짐을 풀다 아무것도 안 하려다가 그래도 아쉬워.. 한때의 내가 있고 추억이 있어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주섬주섬 티스토리에 이삿짐을 풀고 앱도 깔았다 떡 본 김에 제사라고 앱 깔은 김에 티스토리에 처음으로 글도 써 봤다 . 사는 이야기 2022.09.02
능소화 유월의 뜨거운 햇볕 아래 여름꽃, 능소화가 나뭇가지에 땅 위에 담장에 기와에 심지어 물 위에서 피고 지고 있다 시들기 전에 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 예쁜 꽃 옆에 더 예쁜 꽃 능소화 아뿔싸 어느새 한해의 절반이 지는 꽃 따라졌다 사는 이야기 2022.06.30
늙으면 핫~ 플 못가? 여름꽃의 여왕 "수국" 전국 각지 수국 축제 한창 이 기사를 보고 검색해 보니 청춘들의 인증사진이 참 이뻐 보인다 그래 가는 거야 늙으면 핫- 풀 못가 ? 아니 다녀왔다..ㅎ 며칠 전 수국 축제를 보러 아침고요 수목원으로 서둘러 갔다 80%가 청춘들이다 청춘들 틈바구니에서 나도 당당하게 이쁜 척했다 다른 세대를 만날 기회조차 많지 않았던 요즘 포토죤에서 인증사진도 남기며 젊은이들과 간접 소통 서로 공존하면서 서로 배울 게 있으리라 사는 이야기 2022.06.15
일단 저지르기.. 어제 빗방울이 한 스무 개쯤 떨어진 거 같은데도 때 이른 더위가 한풀 꺾였다 청명한 하늘 시원한 바람 여름꽃이 없었다면 아마도 가을이라 할 뻔 하루 종일 종종걸음 "오이소박이 담그는 중"이라는 정아 말에 갑자기 입덧하는 산모처럼 소박이가 먹고 싶었다 가까우면 달라고 했을 텐데.. 귀가 중 마트에 들러 오이랑 부추를 샀다 일단 저지르면 어떻게든 할 테니까 저지르고 본 거다 오전만 해도 내가 오후에 김치를 담글 줄이야 뜨거운 찜질을 하고 편해지니 블로그 글 놀이 의사 쌤이 무리하면 안 된다 했건만 또 사고를 친 그녀 김치통을 쳐다보고 흐뭇하다 짜파게티에 오이소박이 아는 맛이라 군침이..ㅎ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있다 . 사는 이야기 2022.05.26
연두라는 말속에는 오월이있습니다 참 이쁘게 오월이 가고 있습니다 좋기는 좋다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야외에서 마스크만 벗었을 뿐인데도.. 그래서 발걸음도 가볍게 걸었습니다 오늘, 아침 갑자기 하늘이 까매지며 비가 내렸습니다 찔금, 조바심 나게 내린 비 봄 비입니까 여름 비입니까 개망초가 핀 걸 보니 여름이지 말입니다 연두라는 말속에는 오월이 있습니다 사는 이야기 2022.05.18
등나무 꽃 봄이다!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도둑처럼 들어서 있다 벌써 立夏 떠나는 봄을 등에 업고 여름 맞이를 했습니다 봄꽃이 채 지기도 전인데.. 꽃 선물은 그 순간이 아름다워 하는 것이라 하죠 덕포진, 20번 넘게 가 본 곳인데 어제 처음 본 등나무 꽃 나무를 통째로 선물 받은 기분입니다 내 꽃 나만의 꽃인 듯 내 거 아닌 내 꽃 같았던 그 꽃 영화보다 더 슬프게 봄이 가고 있습니다 사는 이야기 2022.05.05
軟豆 난 오월의 연두를 사랑한다봄의 끝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완두콩의 색녹색과 노랑의 중간색 軟豆그 연두를 사랑한다 막바지 봄이 하루새 내 키만큼 자란 거 같다겨우 하룻밤인데도아직 보낼 준비도 못했는데 말이다 홀연히 떠나기 싫은 봄도창문을 흔들며 으르렁거리는 오늘막막했던 그날처럼사람도연두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아찔하다..연두 자작 시 202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