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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11월

동글동글 온순한 자세로11월의 끝날을 보냈다그 옛날한없이 크던 아버지 앞에서언제나뭉쳐놓은 털실처럼동굴동굴말랑말랑하던쪼꼬미 막내딸의 모습으로..난 11월을 유난히 좋아한다짧아진 햇살빛바랜 풍경에 취해 11월을 만끽했는데이렇게11월의 마지막을 보내다니따뜻한 생각만 해야지온순하게 살아야지찡그리지 말아야지좋은 말만 해야지좋은 사람이 되고좋은 사람만 곁에 둬야지..유난히 생각이 많았던 올가을이이렇게 가고 있다

사는 이야기 2024.11.30

인간적이란 말

가는 가을이 심술이다 엊그제는 더워서 윗옷을 벗고 다녔는데 어제는 첫서리 오늘은 첫얼음 立冬이 입동 하고 있다 같은 날 세상 구경한 손가락도 길고 짧은데 평생을 다른 환경에서 산 사람들이 오죽하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마 누군가의 마음을 온전히 얻는 일 일 것이다 돈으로도, 얕은꾀로도 얻을 수 없는 마음 그만큼 인간관계가 어렵다 인생 나이테 때론 촘촘히, 혹은 헐렁하게 각자의 시간으로 쌓인 삶의 궤적 이렇게 저렇게 견딘 우리는 그 자체로도 대견 다 빛나는 인생입니다 난 인간적이란 말을 좋아한다 인간적 교류와 소통 단 인간적이란 말에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서로 지켜야 할 예의가 필요하다

사는 이야기 2024.11.07

가을을 탄다

누리지 못한 행운에 더 이상 미련 갖고 살지 말자고요 죽으면 아무 소용없어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고 부자가 되는 것 그제 유명 여배우가卒 했다는 뉴스를톡으로 받았어요 불과 한 달 전 방송에서 본 거 같은데..죽고 사는 건 운명입니다 잘 살고 못 사는 것도팔자소관이듯 운명은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해요 사망 전 미지급 출연료 문제로스트레스받고소송 중이라 하던데..공수래공수거 그곳은동전하나 못 갖고 가는 곳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가을이라는 말속에 나를 욱여넣고 있습니다 아마 시월 첫날부터 그랬나 봅니다요즘눈물이 많아졌어요사소한 것 시시한 것을 보고도..오늘도하마터면 울뻔했냐고요?아니요애쓰지 않아도 참아지더라고요가을이 날것이 되어 날뛰네요어떻든모든 것은가고 또 오고우리는 남겨진다나 가을 타는 ..

사는 이야기 2024.10.27

단박에

에어컨 끄고 선풍기 끄고 드디어 참문도 닫고 긴소매옷으로 바꿔 입었다 절대 가지 않을 여름이 일 년 내내 더울 것 같던 날씨가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단박에 하루아침에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환영 대환장파티라도 하고 싶다 ㅎ 봄은 가출 신고를 했는데 가을은 사망 신고를 할까 봐 두렵네요 가을이 오긴 오네요.. 설마 비 그치면 다시 더워지는 건 아니겠쥬? 아니 작년처럼 단박에 추워지는 건 아니겠쥬? 중간이 없어진 계절 작년에 단풍도 못 보고 겨울이 왔는데.. 비나이다 비나이다 올해는 예쁜 가을 보게 해 주세요 시심을 자극하는 황홀하고 처연한 단풍을 원 없이 보게 해 주세요

사는 이야기 2024.09.21

가을에 밤털러 가요

비릿한 밤꽃이 하얗게 필 때면 장소를 기억했다가 저곳으로 밤 털러 가야지 그리고 잊고 있다가 밤송이가 보이면 또 밤 털러 가야지 막상 가을이 되면 밤나무는 본 적도 없는 듯 밤꽃 향기는 맡은 적도 없는 듯 사라지는 기억 오늘 밤송이를 보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또 합니다 폭염 특보에 폭염 경보 그리고 초열대야 여름이 가긴 가려나 막 의심병이 들었는데 밤송이가 귀엽게 동굴동굴 영글 듯이 폭염도 농익으면 떨어지겠죠 조금만 견뎌 보자고요 절기를 이기는 계절 없답니다 올해는 추석도 9월 가을에 밤 털러 가실래요 뭐라구요 은행을 함께 털자구요 네,네 ㅋㅋ 망은 내가 볼께요 운-빨이 좋으면 7:3 7은 접니다 하하

사는 이야기 2024.08.01

일진

어머어머 하늘이 드라마틱해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다 日辰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암튼 오늘 일진이 나빠, 아주 새로 산 양산을 정자에 두고 와 10분 만에 되돌아갔는데 없다 구시렁거리며 되돌아오다 보니 깔판도 두고 온 거였다 정육점에 가서 보니 지갑을 집에 두고 옮 일진 나쁜 거 맞지?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짧은 인생 그중에 하루 순간마저도 가물가물이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내 마음을 만지며 왔다 동굴동굴 말랑말랑해지도록..

사는 이야기 2024.07.03

6월이라 쓰고 초록이라 부른다

안녕 6월 한 주 남겨 놓고 안부를 묻다니.. 유월이라 쓰고 초록이라 부른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변하는 初夏의 숲 初夏라 부르기가 민망하다 이른 더위 때문에.. 初夏라는 말이 무색하다 찜통 더위 때문에.. 언젠가 연두가 좋다하더니 오늘은 초록예찬이다 뭐가 됐든 아름답게 보고자 하는 미음 탓 아름답게 보아야 행복하기에 더워지기 전 걷자 이른 시간에 나갔더니 그래도 걸을만하다 걷다 보니 길가에 감자꽃이 보인다 작은 별을 닮은 감자꽃 숲길에서 감자꽃을 보다니 그런데 감자꽃이 아니란다 감자꽃 닮은 도깨비가지꽃 깜찍한 사기꾼 꽃이다 수연둥절이다 ㅎ 유월이라 쓰고 초록이라 부른다 그리고 가장 나답게 오늘을 보내고 있다

사는 이야기 2024.06.24

언니랑 데이트

카카오 스토리를 찾아보니 작년 내 생일 즈음에 언니랑 밖에서 만났다 작년엔 남산길도 잘 걷던 언니가 14개월 만인데 올해는 우리 모르게 잠시 멈춰 서 있는 모습에 울컥 ㅠㅠ 얼마 전 중국여행 후유증이라지만 그 모습에 마음이 저려 '언니 사랑해요' 살며시 안아주고 오는데 나도 모르게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언니 사랑해요 규리도 사랑해

사는 이야기 202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