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110

빨간약

이제는 떠날 시간낙엽 따라 가을도 뜀박질이다엑셀 한번 제대로 밟지 못했는데겨우 네 번의 수요일만 남았다 빨간약이 필요해구미 땅기는 빨간 맛 오미자도 아니고레드벨벳의빨간 맛 달콤한 노래도 아닌그 옛날 만병통치 빨간 약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아직 가지 않은 그날과아직 오지 않은 그날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는터널 어디쯤에 갇혀있으니 깜깜해마음이 어둡다고 차가운 건 아니야원래등잔 밑이 더 뜨겁거든문제야아직도 열정이 남아 있다는 게 지팡이로 써야 할 마음을 칼로 쓰고 있으니..이건 순전히 가을 탓 일거야

자작 시 2019.11.27

유월

그대의 뜰에도 여름이 당도했겠지요 오월의 찬란함을 빛나게 하던 장미가 아직도 한창입니다 여름을 실감합니다 오월의 부스러기를 모아서 날려 보냅니다 유월입니다 꽃집 앞에서 기웃기웃 한참을 꽃구경하다 그냥 왔습니다 이제는 화분을 집에 들이지 않습니다 게을러진 탓도 있겠지만 소유하지 않아도 밖으로 나가면 온통 나의 꽃이 천지기에 화분을 들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골마지 낀 마음이건만 여전히 꽃집앞에 서면 발길이 멈춘답니다 여름이 걸터앉은 유월 여느 때 유월처럼 그렇게 흘러가겠죠 꽃이 지는 건 비바람 때문만은 아니듯 피고 지듯 그렇게 세월이 가고 있습니다

자작 시 201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