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330

빨강

갯골 산책 중 든 생각 난 점점 서해바다가 좋아진다 젊어서는 그냥 시리도록 퍼런 동해바다가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서해바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오묘한 갯벌 오밀조밀 한 바위 그리고 일몰 어느 하나 허투루 대할 수 없다 동절기 6시쯤을 살고 있는 나이라 그런가? 봄에 선물 받은 옷을 빨간색이라 망설이다 처음 입었는데 집에 오는 길에 사진을 보니 인물이 훤해 보인다 아 이래서 나이를 먹으면 원색을 즐겨 입는구나? 갑자기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늘 프로필에 빨간색 등산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 동창의 정신세계가 이해가 되는 거 같았다 ㅋ

사는 이야기 2024.01.07

작은 안부

"작은 당부" 김왕노 채송화 피면 채송화만큼 작은 키로 살자 실바람 불면 실바람만큼 서로에게 붙어 가자 새벽이면 서로의 잎새에 안개이슬로 맺히자 물보다 낮게 허리 굽히고 고개 숙이면서 흘러가자 작아지므로 커지는 것을 꿈꾸지 않고 낮아지므로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이따금 삶의 틈바구니에서 떠올리는 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어느 순간 의지와 생각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육신 살걸음으로 걸었던 지난 시간 변화가 많은 삶을 살았다 스스로 선택한 변화는 기쁨이나 그렇지 않은 변화는 슬픔이다 그냥 채송화만큼 낮은 키로 살자 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리던 시구 작은 안부 2024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는 이야기 2024.01.02

함박꽃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ㅋㅋ 함께한 친구들과 두물머리 송년 모임 장어 맛집에서 식사 후 두물머리 산책 오랜만에 의기투합, 12월을 느끼게 하는 크리스마스트리도 파란 하늘도 너무 예뻤습니다 주름 속에는 인생의 꽃잎이 숨어있습니다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그녀 '남는 건 사진뿐이다' 라고 아무리 말해도 꿈쩍도 안 하던 그녀가 오늘은.. 함박꽃이 됐습니다

사는 이야기 2023.12.06

선명한 가을 뒤끝

'너무너무 아름다워 이건 시야 이곳엔 시인이 왔어야 해!' 제목이 생각나진 않았지만 풍경에 취해 사진을 찍다가 어떤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머릿속에서 美辭麗句가 들불처럼 번졌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 집에 오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순간의 감정과 느낌은 메모를 해야 했습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사람은 아니어도 그 순간 그 감정을 한 줄도 쓸 수없다는 게 참 아쉽네요 초록도 붉게 물들지 못하고 지쳐 떨어지는데.. 첫눈에 영하의 날씨가 계속이니 늦가을이 이렇게 가나 봅니다 선명한 가을 뒤끝 정말 아름답습니다 17일 첫눈 동영상

사는 이야기 2023.11.19

안산 '봉수대'

단풍이 되기 전 낙엽화 현상 가을산 같지 않은 가을산 그래도 충분히 재밌는 시간을 보냈지만 식사를 하면서 환경에 대한 얘기를 했다 '지구 온난화가 지금처럼 급격히 빨라지면 30년 후엔 가을이 없어진다 더라' 미래엔 후손들이 가을을 책에서 공부하고 가을을 영상으로만 볼 수도 있다는데.. 온난화 시대가 가고 지구 열대화시대 잔인한 기후변화 분명한 건 인간의 책임이다 역행하는 기사 '일회용품사용규제백지화' 총선 때문에? 북한산에도 단풍이 없었다

사는 이야기 2023.11.09

마음이 담긴 길..

매일 가을만 보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을 좋아해서이겠지요 짧은 가을 덕분에 아쉬움이 커 가을꽃에 더 정이 간답니다 기온이 뚝뚝 내려갑니다 이러다 금방 겨울이 올까 벌써 걱정입니다 지금 마음이 담긴 길을 걷고 있나요? 지금 걷는 길에 마음을 오롯이 담았나요? 담겨있다면 분명 좋은 길 일 텐데..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주문을 외워봅니다 좋은 길이길..

사는 이야기 2023.10.16

낑깡 나무 입니까?

구월인데도 푹푹 찐다 더워서 운동인지 벌 인지 헷갈리게 한 시간 반을 걷고 식사 후 찻집 수다삼매경 며칠 시원하다 더우니 더 더운 것 같다 이렇게 더울 땐 에어컨바람이 정답이다 귀갓길에 액비를 사려고 화원을 둘러보다 내 눈에 들어온 노란 열매 저기요 이거 낑깡나무인가요? 아저씨가 허허 웃으며 '벤자민 나무 열매요' 낑깡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배도 안 고픈데 입에 침이 고인다 톡 쏘는 달콤 새콤 잊고 있었던 낑깡맛 음식은 사랑이다 어떤 음식을 보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도 엄마 손 맛처럼 길들여진 사랑일 것이다 결론은 난 낑깡나무는 본 적도 없고 벤자민도 이파리만 대충 기억했던 것이다

사는 이야기 2023.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