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330

벚꽃이 피고 있습니다

벌써 삼월 끝 주 이제 부등호는 살아온 날 쪽으로 손가락을 꼽지 않아도 아가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는 뜀박질하고 사람들이 오고 가는 대낮에는 살걸음으로 우리를 농락하는 듯합니다 며칠 만에 아라뱃길을 걸었습니다 벚꽃이 피고 있습니다 이기철 시인의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올해는 이 詩를 암송하며 찬란한 봄을 만끽하렵니다 그렇게 충분히 늙고 깊어진 주름이 더한층 예뻐질 봄날

사는 이야기 2023.03.28

봄꽃처럼

순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적당히 타협도 하고 슬쩍슬쩍 모른 척하면서 말입니다 힘들었던 모든 일은 조용히 털어 넣고 흙으로 덮고 또 덮었습니다 '이겨낼 수 있어'하면서.. 이제는 봄처럼 봄꽃처럼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추억이 자꾸만 쌓이는 곳 매화랑 눈맞춤했습니다 글도 습관인가 봅니다 몸이 힘들어 멀리하던 글쓰기 이제는 큰맘 먹어야 한 줄 씁니다~ 하하하

사는 이야기 2023.03.20

2022년 해넘이

귀가 중 대명항 근처 창밖을 보니 동그랗고 예쁜 해넘이가 보인다 2022년 마지막 일몰을 이렇게 우연히 보다니~후후훗 일기예보는 서쪽은 해넘이를 못 볼 거라 했었는데.. 잠시 차를 세우고 순간을 폰에 담았다 새해엔 진심을 다해 살자 더 사랑하고 더 많이 웃으며 덜 아프고 가치 있는 작은 기쁨들로 가득하길 소망한다 여러분 癸卯年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

사는 이야기 2022.12.31

가을 배웅

늘 짧아서 아쉬웠던 가을 올해는 포근한 날씨 탓에 왠지 가을이 길었던 느낌이다 11월 끝날 최강 한파 코끝이 찡하다 미처 떠나지 못한 가을 미처 보내지 못한 마음 독하게 떠나는 가을을 배웅한다 올가을, 유독 눈으로만 더 많이 느꼈던 가을 가을의 무게가 깊다 노을보다도 더 붉은 마음 스러져 보이질 않는다 나태주 시인의 '멀리서 빈다'를 암송해 본다

사는 이야기 2022.11.30

생존신고

얼마 만에 쓰는 글인가? 흡사 생존신고 같다 며칠 전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날 가을이를 만나러 외출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은행나무가 기를 주는 듯했다 황금색 기를 팍팍 받고 왔다 요즘 그랬다 一喜一悲 한편으론 한 없이 슬프고 한편으론 잠시 기뻤다 멀쩡히 걸어가다가 압사 믿을 수 없는 뉴스 끝에 매몰 광부 10 일만에 생환 '커피믹스가 살렸다'라는 속보가 떴다 비상식량 커피믹스 K믹스 일렁이는 運命 일렁이다 못해 휘어져있다 휘청거리는 그 운명에 쇠꼬챙이를 쑤셔 넣고 싶었다

사는 이야기 2022.11.05

늙으면 핫~ 플 못가?

여름꽃의 여왕 "수국" 전국 각지 수국 축제 한창 이 기사를 보고 검색해 보니 청춘들의 인증사진이 참 이뻐 보인다 그래 가는 거야 늙으면 핫- 풀 못가 ? 아니 다녀왔다..ㅎ 며칠 전 수국 축제를 보러 아침고요 수목원으로 서둘러 갔다 80%가 청춘들이다 청춘들 틈바구니에서 나도 당당하게 이쁜 척했다 다른 세대를 만날 기회조차 많지 않았던 요즘 포토죤에서 인증사진도 남기며 젊은이들과 간접 소통 서로 공존하면서 서로 배울 게 있으리라

사는 이야기 202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