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7

어쩌면

작년 이맘때 딱 한번 입고 안 입은 하절기 재킷 내일 언니 생신이라 뭘 입을까 생각하다 꺼낸 재킷 부스럭 주머니에 오만 원이 있다 내 돈일 확률은 99.9% 공돈 같다 봉투가 얇아 손이 조금 오그라 들었는데.. 현금에 로또도 사서 넣었다 언니 '어쩌면 2십억이 될 거예요' 봉투에 이렇게 쓰려다 '언니 사랑해요'로 ㅋㅋ 부모님 안 계시니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보러 가는 우리 큰언니 엄마 손맛이 그리울 땐 언니 밥 한 그릇이면 배도 든든하고 맘도 튼튼해진다 난 봄을 좋아한다 오월은 더 좋아한다 연두여서 좋고 초록이어서 좋았다 내년에 만나자, 보미 (春) 안녕 오월아 안녕 ^^

사는 이야기 2024.05.31

기록

여행지에서 폰카메라로 사진부터 찍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 '기록하지 말고 기억하세요' 우리도 알거든 애송이들아 기억력이 좋은 니들이나 기억해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는 우리 머릿속 슬픈 일이야 어쩌겠어 우리는 기록을 해서라도 기억해야 하는데.. 사진은 말이야 시간을 앞으로도 보내고 또 뒤로도 보내지 .. 추억을 먹고 추억을 씹고 되새김하며 그때를 회상하면서 그렇게 살 거야 사소하지만 즐겁게 뭔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행복해지는 거야 기억이 가물가물 해도 빛바랜 사진 속 그때를 씹고 뜯고, 되새김하며 추억하자 찍을 동무가 없으면 그림자라도 열심히 찍고..

사는 이야기 2024.05.28

그노미

오늘 꼬깃꼬깃해진 추억을 들추니 배호 노래를 기똥차게 부르던 그놈이 생각났지 말입니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 주던 그 소녀 🎶 🎵 🎶 옛날 레코드 가게에서는 노래를 엄청 크게 틀고 장사를 했다 길거리 리어카는 더 크게 더 크게.. 들려오는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르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집에 전축 있니?' '응' 후다닥 뛰어가 조용필의 단발머리 Lp판을 선물 우리 오빠가 애지중지하는 전축이라 오빠가 없을 때만 겨우 만질 수 있는 전축 인데 클났네 클났어 그래서 클났냐고요 예전에 여동생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오빠들은 생각해 보시길..ㅋ 억수로 비가 내리는 오늘 문득 이 시가 생각났다 정호승 詩 (추억이 없다) 추억이 없으면 무덤도 없다 추억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꽃샘바람 부는 이 봄날에 꽃으로..

사는 이야기 2024.05.12

오월

이름 모를 꽃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예전엔 '이름이 뭘까" 궁금증만 지금은 다음에 물어보면 금방 알려준다 가끔 오답도 있지만 요긴하게 사용한다 작년 이맘때 외웠던 꽃이름을 기억할 확률은 50% 치매 예방에 '좋겠지' 하고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검색한다 어제 보슬보슬 비가 오는 날 점심 먹고 산책하러 전등사에 갔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 때문이 아니고 그저 절이 좋아서 갑니다 나는 세례명이 있으니 천주교 신자이지 말입니다 ㅎ 전등사에서만 보는 '자주닭개비' 비 맞은 자주닭개비가 너무 예쁩니다 집 근처에서는 왜 못 보는 거야 삼 사월 봄꽃이 진 자리에 오월의 꽃이 물밀듯이 피고 있습니다

사는 이야기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