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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퍼붓는다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평온해지고 눅눅한 공기 사이를 장대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유독 밤에 집중호우가 쏟아진다는 예보 정말 장맛비가 이상하게 내린다 8월 장마 며칠 전엔 남부지방 어제부터는 중부지방을 강타한 물폭탄 8월 첫날을 근심반 걱정 반으로 시작이다 어제는 세미원으로 연꽃을 보러 가려다 안 갔다 일기예보를 믿기를 잘한 날이다 시베리아가 이상 고온현상으로 38도까지 올라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지구촌의 이상 기온 현상 기후 변화의 나비효과다 지구 온난화로 우리는 지금도 힘들고 앞으로는 더 힘들 것이다 전 지구인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엄청 커다란 천둥소리에 나도 모르게 엄마를 찾으며 깜짝 놀랐다 며칠 체해서 답답하던 명치끝이 갑자기 뚫린 느낌이 든다 그..

사는 이야기 2020.08.02

마음

마음은 늘 연둣빛 봄에 머무는데 무럭무럭 늙어버린 몸이 저 홀로 가을에 가 있네요 넓은 품으로 세상을 아우르며 잘 늙고 싶었는데 자꾸 삐지고 작은 일에도 서운한 게 많아지는 요즘 밴뎅이 소갈딱지가 되는가 봅니다 잘 늙는 건 젊어 보이는 게 아니라 편안해 보이는 얼굴 웃어서 생긴 주름이 아름다운 얼굴이라는데 미간 사이 내 천 川 자가 자꾸만 짙어지려 합니다 나이를 먹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음까진 나이 들진 말았으면 싶은데 말이죠

사는 이야기 2020.07.24

이규열 / 구멍,그늘

그늘에서 살다 보면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덩치보다 작은 구멍을 헤집고 세상에 나온 한참 뒤에야 알았다 그늘에서 살다 보면 구멍에도 빛이 있음을 세상이 온통 구멍인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이 많은 구멍을 다 세우지도 못하는 사랑이 우리 사이의 그늘을 연결시키고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할 때에야 돌아갈 구멍이 하나 비로소 보이고 깨달을 것이다 그늘에도 구멍이 있음을 구멍마다 빛 한 줄기씩 품고 있음을 이규열 시인 그늘뿐인 줄 알았던 곳에도 빛이 들어올 구멍은 존재합니다 구멍을 비집고 나가보면 알게 되겠죠 그늘뿐인 줄 알았던 동굴에 이렇게 많은 구멍이 있었다는 것을 수많은 문의 존재를 어둠만 보느라 몰랐다는 것을 말이죠 화양연화가 생각나네요 차우 (양조위)가 앙코르와..

좋은글 2020.07.22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

이제는 애원해도 소용없겠지 변해버린 당신이기에.. 나도 모르게 유행가 가사가 입속에서 맴도네요 아 축하해요 드디어 연주를 하시는군요 그 열정 멋저요 맘속으로 축하도 해주고 몰래 사진도 찍고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르는 어떤 분 재 작년 추운 어느 날 운동하러 나가면 다리 밑에서 색소폰을 들고 전전긍긍 처음엔 도레미 도레미 어느 날인가 도레미파솔라시도 그리고 어느 날인가는 동요를 드디어 어제는 그분 연주에 내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 문득 이 글귀가 떠 올랐습니다 그래요 얼마만큼 미쳐야되는지 헷갈려서 그렇지 미치면 인생이 즐겁다는 말 오늘 백배 아니 천배 공감이 가네요

사는 이야기 2020.07.21

장맛비

비가 내리는 날 특히 추적추적 장맛비가 내리는 날은 부러 슬픈 것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그래야 감정이 바닥을 찍고 비로소 반등한다 그 바닥이 지하 1층쯤에서 멈추면 다행이고 아니면 지하 수십 미터 더 가라앉겠지.. 오늘 뭉클해진 감정을 잘 다스려 마음을 쉬게 하고 싶었다 나는 요즘 비우기에 전념하고 있다 이것저것 total eclipse of the heart

사는 이야기 2020.07.13

corona blue

칠월은 이미 곁에 있었습니다 청명한 하늘로 영그는 포도로 후덥지근 장마로.. 벌써, 칠월 셋째 날 조금도 기다려 주지 않고 때 되면 떠나는 버스처럼 그렇게 거침없이 흘러갑니다 일 년의 반을 후딱 쓰고 또 거침없이 삼일을 썼습니다 어쩌다가 희망의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만 발에 차이는 광고지처럼 비루한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 블루 암울한 현실

사는 이야기 2020.07.04

미싱 대가리

음악에 깃든 추억은 시공時空을 넘나 든다 내가 국민학생일 때 미싱 대가리를 빼내 들고 가출 했다가 하루 만에 아버지한테 체포돼 금의환향(?)한 옆집 언니 쥐가 파 먹은 듯 단발머리를 잘리고도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야전을 틀고 CCR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고고춤을 추던 용감무쌍하던 그 언니 언니를 감시하던 경희는 대문 앞에 나랑 같이 망보는 처지가 됐고 꼬부랑 노래를 어찌나 잘하던지 부러움에 칭찬도 했었는데.. 나중에 중학생이 돼서 알고 보니 소리가 들리는 대로 적어서 달달 외워서 불렀다는 전설 동문 카페에 들어가니 CCR의 노래가 있어서 추억에 빠져 본다 엉뚱 발랄 하던 그 언니는 결혼후 이민 가서 지금은 미쿡에서 원어민 발음으로 노래하면서 잘 사신단다

사는 이야기 202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