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깡패 지난밤 태풍처럼 부는 칼바람에 화살처럼 날아가는 눈발을 보았다 자고 일어나니 영원히 봄은 오지 않을 듯하다 올겨울 최강 한파 입춘 추위에 장독이 깨진다는 엄마 말이 새삼 떠 오른다 입춘 그래도 요넘이 이렇게 깡패인걸 난 여태 몰랐다 강원도로 여행 간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다 .. 사는 이야기 2020.02.05
꽃샘 눈 구경도 제대로 못한 겨울이지만 겨울나무를 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한다 생명이 엄살 부리지 않고 묵묵히 혹한을 견디는 것이 숭고함으로 보인다 무의도 가는 길가에 노랗게 보이는 사철나무 새싹 눈이 나쁜 내 눈에는 꽃으로 보였다 가까이 가서야 꽃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 아무리.. 사는 이야기 2020.02.03
꿀잠 자다가 정신을 수습하고 졸다가 깜짝 놀라고.. 옆을 보니 정아도 고개가 오분 전 앞자리 어떤 이도 꾸벅꾸벅 살다 살다 영화보다 자다 졸다 하긴 첨입니다 오랜만에 영화 한 편 때리러 충무로로 식사하고 표를 예매한 뒤 자투리 시간에 한시간 산책도 하고 차도 마시고 여기까지는 문제가.. 사는 이야기 2019.12.12
마음의색 누군가 물었다 마음의 색을 하늘이 잿빛이라 덩달아 잿빛이라며.. 난? 차갑게 식은 피 고추장의 붉은색 오래된 멍 검푸른색 푸르름이 옅어진 노랑 모나지만 하얀색 고귀하고 화려한 고독의 색 보라 참기름의 갈색 거미줄에 걸린 덧없는 세월 무색 거울을 보았다 주먹이 장도리처럼 성질.. 사는 이야기 2019.12.09
맛깔나게 벼르고 벼르던 베란다 청소를 하려다 사랑 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있는 화초에 눈길이가 딴짓입니다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삭막함에 미친듯이 사 들이던 화분 꽃가꾸기에 미쳐서 분수도 만들고 폭포도 만들고 사계절을 베란다에서 느끼게 해주던 예쁜 친구였는데 요즘은 .. 사는 이야기 2019.12.03
끝달 끝달 초하루의 문이 열렸습니다 빨리도 왔네 Ktx를 타고 왔나 봅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비와 함께 가을비라 해야 하나 겨울비라 해야 하나 아리송해 달랑 한 장 남은 외톨이 달력 외톨이란 글자에 가슴이 싸해진다 외톨이란 포용이 필요한 것 12 월을 너그럽게 감싸 안아 주면 돼 느끼지 마.. 사는 이야기 2019.12.01
향 풍경은 창으로도 12월이 곧 온다는 걸 직감하게 한다 주말 송도에 다녀왔다 경원재 돌담 넘어 보이는 굴뚝에 싼타 궁디가 정겹드라 그래 12월이 코앞이니까 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차가 몸을 따시게 한다면 향은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생선을 먹은 날은 겸사겸사 더 피운다 향초를 .. 사는 이야기 2019.11.25
돌탑 ᆞ 여름부터 흠모하던 가을이다 늦가을이 내속에 얌전히 앉아 소리를 내고 있다 낙엽의 바스락 내면의 바스락 설탕 한 스푼을 넣은 에스프레소 달콤 쌉싸름한 그 뒤에 느껴지는 향기는 없고 쌉싸름만 한가득 오늘 아침이 그렇다 양희은의 한계령이 아침부터 가슴에 콕 박힌다 '저 산은 .. 사는 이야기 2019.11.19
가을과 겨울 사이 아직 가지 않은 가을 이미 와 있는 겨울 보라 저 화려함 동장군은 입시를 어찌 알고 심술일까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진 날 꽁꽁 싸매고 덕수궁으로.. 종종걸음으로 본 가을 이쁨 받으려고 더 이쁜 짓 하는 여시 같은 가을 몸짓 겨울이 내게 아는 척을 하는데 모르는척 가을하고만 놀다 왔.. 사는 이야기 2019.11.14
大哥 ᆞ 어떤 분이 지난 주 블로그 대문사진을 보고 붉은 수수밭 영화를 봤냐는 질문을 했다 소설도 영화도 안 봤기에 tv 에서 보기로 작정하고 검색하니 붉은 수수밭 상, 하 이렇게 뜬다 처음엔 몰랐어, 우쒸 이것은 아니지.. 상, 하로 나눠진 영환 줄 알고 보다가 왜 공리가 안 나오지 하는 생.. 사는 이야기 2019.11.11